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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대숲의 소리, 대금   07-02-09
김영조   4,600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대숲의 소리, 대금


대금의 유래와 그 종류 이야기





▲ 바위 위에서 정악대금을 부는 부여 고란사의 무공 스님 ⓒ 김영조


'어떤 가슴이
저 소리로 울려나는 것일까
저리고 시린 가슴
눌리고 맺힌 가슴
썩고 문드러진 가슴이
삭고 삭아서
몇천 년을 또 그런 가슴 만나
울려나는 것일까
깊은 만큼 높고
흐린 만큼 맑게
이제야 흘러흘러
울려나는 것일까'


백우선은 '저리 높고 맑은 대금산조'라는 시에서 대금을 이렇게 노래한다.


만파식적, 그 속엔 자연의 숨소리와 가슴 속의 혼


예로부터 우리 음악에 쓰이는 악기들 중 가로 부는 관악기를 가리켜
'적(笛)'이라고 쓰고 우리말로 '저'라고 부른다. 또 가로로 부는 악기들 중
대금은 가장 큰 까닭에 '큰저' 또는 '젓대'라고도 말한다. 대금은 살이
두껍고 단단하며, 양쪽 줄기에 홈이 깊이 팬 병든 대나무인 쌍골죽(雙骨竹)으로
만든 것이 가장 좋다.

대금에는 부는 구멍인 취구(吹口)와 갈대청을 발라 맑은 떨림소리를 내게 한
청공(淸孔) 하나, 손가락을 막고 떼면서 음정을 변화시키는 지공(指孔) 여섯
그리고 높은 음을 조절할 때 쓰는 칠성공(七星孔)이 있다.

국악의 기본음계는 중임무황태(仲林無潢汰)인데 대금의 음역(音域)은 낮은
임(林)에서부터 놓은 태(汰)까지 약 3옥타브에 이른다. 음색은 저음부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중음부에서는 청아하고 투명한 소리를 내고, 고음부에서는
시원하고 장쾌한 소리를 낸다. 대금은 정악대금(正樂大笒:풍류대금)과
산조대금(散調大笒:시나위젓대)의 두 종류가 있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돌(石)소리보다 쇳(鐵)소리, 쇳소리보다
실(絲)소리, 실소리보다 대(竹)소리, 대소리보다는 사람의 목소리가 으뜸이라고
하지만 사실 모두 제각기 독특한 음색들이 있다. 그 가운데 대소리는 웅장하고
청아한 음률 속에 자연의 숨소리가 표현되고 그 소리는 외적인 것보다는 가슴
속의 혼이 깃들어 있다.

이 대금은 언제부터 불었을까? 확실한 시작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삼국시대부터는 널리 쓰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삼국유사>에 만파식적(萬波息笛)
이야기가 전하고, 그 이전부터 중금·소금과 함께 신라 3죽으로 불러왔다고 하며,
국립경주박물관에 신라시대 옥대금 등이 있다.

또 길림성 집안현의 장천 1호, 집안 17호 고분의 벽화에 ’횡적(橫的)연주도‘가
그려져 있고, 당 두우의 ’통전‘과 ’복사‘에 고구려 악에 쓰인 악기들 중
횡적이 있다는 기록과 ’수서‘에 소개된 고구려 악에도 역시 적이 쓰였다고
기록이 보인다. 그리고 백제에도 적이 있다고 한 내용이 있고, 백제가 일본에
전한 악기들 가운데 횡적이 끼여 있었다는 기록 등으로 보아 어쩌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대금이 쓰였는지도 모른다.


대금의 호흡법, 뱃속으로부터 나오는 내부호흡





▲ 산조대금(위)과 정악대금(아래) ⓒ 김영조



대금의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의 원천인 호흡법이라고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이생강 선생은 말한다. 대금을 연주하기 위한
호흡법은 내부 호흡으로서 배꼽 아래에 힘을 모아 뱃속으로부터 입 밖으로 '허'하고
내미는 뜨거운 기운, 입김(복식호흡)이다. 찬 바람인 외부호흡으로 소리를 내면
반주 음악이나 효과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음이 거칠고 탁하기 때문에 듣기가
거북하다고 한다.

그리고 호흡이 짧아 자주 호흡을 해야 하므로 오래 연주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있으며, 상·중·하 음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내부 호흡으로 소리를
내게 되면 맑고 부드러운 음이 나오면서 호흡도 여유있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금을 연주에는 내부 호흡을 권하고 있다.

대금과 관련한 중요무형문화재는 2가지인데 김응서가 보유자인 중요무형문화재 20호
대금정악과 김동표, 이생강이 보유자인 중요무형문화재 45 대금산조가 그것이다.
정악대금은 궁중음악, 즉 풍류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만든 악기로 정악의 연주는 다른
악기와의 합주가 필연이어서 음정을 다른 악기와 모두 같게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산조대금에 비해 좀 길다.

정악대금이 주로 연주하는 곡은 청성곡이나 상령산, 세령산 등이다. 이 가운데 대금
정악 독주곡의 으뜸은 청성곡인데 이 곡은 ‘요천순일지곡’ 혹은 ‘청성자진한잎’
이라고도 한다

청성곡은 가곡 ‘이수대엽’을 변조한 태평가를 2도 높인 다음 다시 옥타브를 올려
시김새를 첨가하고 또 특정음을 길게 늘여서 만든 곡이다. 또 청성곡은 힘이 있고
선이 굵으며, 청의 울림이 있어 화려함을 느낄 수 있고, 쭉 뻗은 선율의 아름다움과
이어지는 잔가락의 시김새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현재 경기도 광주에는 한쪽 팔로 정악대금을 연주하는 이삼스님이 있다. 스님은 이미
세상을 뜬 전 정악대금 무형문화재 보유자 고 김성진 선생에게서 대금을 배웠지만
교통사고로 한쪽 팔이 마비된 뒤 한쪽 팔로만 연주할 수 있는 ‘여음적’이란 대금을
개발하여 연주를 하고 있다.





▲ 한쪽 팔로 정악대금을 부는 이삼스님과 스님이 개발한 한쪽 팔로 불 수 있는 대금,
여음적(아래) ⓒ 김영조



이삼스님의 대금 연주는 어려운 정악대금 소리를 부담없이 쉽게 들려주는 매력을 지녔다.
'정악'이란 말 그대로 '바른 음악'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탈속한 듯한 음악, 번잡하고
분주한 것이 아닌 편안하고 차분한 음악이며, 들어서 마음이 포근해지고, 넉넉해지지
않으면 정악이 아니라고 스님은 말한다. 스님은 대금을 비롯하여 단소,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 국악기를 한쪽 팔로 손수 만들고 있다.

대금산조는 20세기 초에 박종기(朴鍾基:1879~1939)에 의하여 처음 연주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 한주환, 한범수, 이생강, 서용석, 원장현 등에게 이어졌다. 이생강과
서용석과 원장현은 이 시대의 만파식적을 부는 산조 대금의 명인이다.

세 명인의 소리는 아주 다른데 이생강은 헛김 하나 새지 않는 맑은소리와 완벽하고 빠른
연주, 서용석은 정통 남도음악에 걸맞은 깊이와 호소력, 원장현은 무대에 따라 다른
창조적인 연주가 특징이라고 평가한다.

이중 죽향 이생강은 한국 최초로 국악을 서양음악에 접목한 연주자로 대금 음악의 보급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이다. 또 이생강은 기존의 박종기류 대금산조와 한주환류 대금산조를
복원했고, 본인의 작품인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120분 넘게 연주하며, 또 전추산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고 했던 단소산조를 복원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사)죽향대금산조원형보존회'를 통해서 대금산조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이생강 명인이 발매한 음반은 무려 400여 종이
된다고 하며, 이중 1970년 대도레코드에서 발매한 가요와의 넘나들기(크로스오버) 음반은
수십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우리를 위한 행복한 만파식적





▲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이생강 명인의 대금 연주 모습
ⓒ 김영조



정악 대금의 명인 고 김성진 선생은 대금 소리에 대해 “대금은 가을소리다. 피리가 소를
모는 목동들이 먼 산의 아지랑이를 보면서 부는 봄의 소리라면, 대금소리는 가을밤 하늘을
수놓는 기러기의 울음소리이다. 정적이면서도 호소력 있는 우리만의 소리다.”라고 말한다.

대금 소리, 그것을 듣고 있노라면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대금 소리, 어떤 이는
바람처럼 애착없이 살라는 바람의 속삭임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 그래도 대금은 끊임없이 마음을 비우라고 속삭인다. 어쩌면 이 시대에도 대금은
저 먼 신라의 ‘만파식적’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통일신라를 이룩한 신라 30대 문무왕이 왜구를 막기 위해 감은사(感恩寺)를 짓다가 세상을
뜨고, 제31대 신문왕(神文王)이 즉위한 이듬해의 일의 기록이다. 동해 한가운데 갑자기
거북이 머리 같은 모습의 조그만 산이 생겼는데 그 산 위에 한 개의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두 개가 되고 밤에는 한 개로 합쳐졌다.

이를 이상히 여긴 임금이 신하를 시켜 그 대나무를 잘라 옆으로 부는 악기로 만들었다. 이
악기를 불면 "적병이 도망가고 병이 치유되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바다의 거친 파도가
잔잔해졌기 때문에 국보로 소중하게 여겼다."라고 하여 만파식적(萬波息笛)으로 불렀다고
전한다.

이 시대에도 온 나라에서 수없이 젓대소리가 들린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고, 또
우리가 애타게 바라는 통일도 쉽게 올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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