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들어가기

누리집 들어가기

나비의 해금, 일곱 빛깔 단청의 아름다움으로 날다   06-09-19
김영조   5,311
 

나비의 해금, 일곱 빛깔 단청의 아름다움으로 날다

[음반평] 해금 독주곡집, 사계





▲ 나비의 해금 독주곡집, 사계 음반 표지 ⓒ 다다앤브래이든




클래식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면 비발디의 ‘사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
아름다운 선율에 우린 푹 빠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악기 해금으로
연주한 ‘사계’를 들어보면 비발디는 잊어도 좋다. 해금 연주자 나비는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매력으로 넋을 놓게 한다.

나는 깡깡이로도 불리는 해금의 아름다움을 안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그저 해금
소리가 경망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정수년, 강은일, 변종혁 등
해금 연주가들의 새로운 연주를 듣고, 어울림 연주단 등의 서양악기와의 협연을
들으면서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의 정서를 아주 잘 표현하고, 오히려
바이올린을 이끄는 해금의 아름다움은 내 가슴 속 저 깊은 곳을 울리고 있었다.

해금, 이는 국악기 중 금, 당비파, 슬, 아쟁처럼 울림통에다 명주실로 꼰 줄을 얹어
만든 사부(絲部)악기이며, 아쟁, 바이올린, 첼로처럼 활로 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擦絃樂器)의 하나이다. 혜금(嵆琴)으로 쓰기도 하며, 속칭 깡깡이,
깡깽이라고도 한다.

큰 대의 밑뿌리와 해묵고 마디가 촘촘한 검은 무늬의 대나무를 재료로 몸통을 만들고
여기에 줄을 두 가닥 연결했다. 말총으로 만든 활을 안줄과 바깥줄 사이에 넣고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데, 해금엔 일정한 음자리가 없이 다만 줄을 잡는 손의 위치와
줄을 당기는 강약에 따라 음높이가 정해진다.





▲ 서양악기들과도 협연이 잘되는 우리의 악기 해금 ⓒ 김영조




해금은 현악기이면서도 관악합주에 반드시 편성되어 관악기와 현악기와의 균형을
유지하며, 또 삼현육각을 비롯해 궁중음악에는 물론 모든 민속악과 무용 반주음악에서도
피리·대금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락악기이다. 요즘엔 해금산조와 창작음악의
독주악기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해금 연주는 아이들의 앙증맞은 느낌을 잘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드러내는 악기는 아닌지 모른다. 최근 많은 해금 연주가들이 해금으로 서양음악을
연주하거나 서양악기와의 협연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 대중의 해금 사랑은 식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연주가들은 해금으로 소위 퓨전음악을 한다면서 된장 냄새는 사라지고, 버터
냄새가 진동하는 경우가 있어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 나비의 해금
연주 ‘사계’도 혹시 이런 염려를 털어낼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들어 보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기우를 나비는 한방에 날려 주었다.

한국적 정체성을 분명히 보듬으면서도 가장 보편화된,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
나비의 해금은 그렇게 표현해야만 한다. 내가 받은 음반을 나는 딸에게 뺏겼다. 음악이 좋은
탓이라며 슬그머니 가져다 잠자기 전 듣고 있다. 20대 발랄한 청년들의 귀에도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나비의 해금 연주는 트랙마다 발성과 음색을 모두 달리하여 일곱 빛깔 무지개, 단청의
아름다움이 홀연히 나타난다. 듣는 이들은 마술과도 같은 나비의 연주기법 속에 동일인의
연주가 아닌 모두 다른 이가 연주한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 해금 연주 연습을 하는 나비 김준희씨 ⓒ 김영조




음반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가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고 다가온다. 첫곡 여름,
자유롭고 솔직한 여름은 열정적이고 도발적이지만 심한 그리움에 흐느끼는 가슴 시린 음악이
되었다. 그리고 가을을 지나 겨울,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여린 봄을 땅 속에서 뒤틀리면서
준비해내는 치열함이 있다. 이윽고 봄, 한 아이가 우두커니 서 있고, 아직 싹이 돋지 않은
겨울의 흔적 위에서 홀로 외로이 노래 부른다.

사계 외에 음반의 타이틀 곡 ‘하루애’는 콜라나 커피처럼 자극적인 맛은 없을지 몰라도 맑은
물 한잔을 마셨을 때의 청아함이 느껴지도록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화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나비는 말한다. 특히 서양의 악기들 속에서도 해금이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또 손전화의 컬러링 음악에도 아주 좋은 음악이다.

나는 뭔가 특별한 음악, 내 가슴 속 깊이 울림이 있는 음악을 듣고 싶으면 나비의 사계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비 김준희씨는 오는 10월 11일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세 번째
독주회를 열 계획이다. 음반을 듣고 나비만의 특별한 해금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02)322-2630으로 문의하라.





▲ 나비 김준희씨를 묘사한 그림 ⓒ 다다앤브래이든




이제 가을, 나비는 말한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마주
대하니 무슨 말부터 건네야 할지. 맘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 가득 적어 건네려 헸지만 그냥,
그렇게 들어주기만 바라고. 나의 아픔을 보이는 것보단 그의 아픔을 들어주고, 달래주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을...”

가을엔 편지를 쓴다고 했던가? 주위에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나비의 사계를 그에게 날려
보내는 것은 어떨까? 해금의 선율 그윽한 가을은 나의 가을이어라.




해금의 아름다움을 세계인이 알았으면

[대담] 해금 독주집 '사계'를 낸 나비 김준희씨





▲ 대담을 하는 나비 김준희씨 ⓒ김영조




- 아름다운 나비가 탄생하는 데는 고통스러운 애벌레의 과정을 거친다. '사계'의 나비도
그런가?

"난 원래 해금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렸을 때는 전혀 국악과 먼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학교 때 우연히 국악고등학교 팸플릿을 보게 되었고, 전액국비 등 여러 가지
조건에 솔깃해서 지원을 하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동안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기도 했다. 국악고등학교에 가서 그저 그렇게 공부를 했는데 고
3때 서울대나 이화여대에 갈 수 있다는 말씀을 어머님께 드렸더니 그 때부터는 적극
후원을 해주셨다.

이후 서울대와 동 대학원을 나오고 국립국악원 단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학창시절엔
비교적 쉽게 넘어왔지만 국악원 단원을 하면서 나는 많은 갈등을 했다. 음악을 해금으로
해석하는데 그저 판에 박은 모습이 싫었다. 각자의 특성과 생각에 맞게 할 수는 없을까
하고 수없이 고민한 것이다. 그런 과정 끝에 사계는 태어났고, 그것이 아마 애벌레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예명을 ‘나비’로 한 까닭은 무엇인가?

"자연에 수많은 종류의 나비가 있다. 아마도 한 가지 종류의 나비만 있었다면 나비의
아름다움은 식상했을 것이다. 역시 해금도 똑 같이 틀에 박힌 표현을 하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연주하는 사람마다 나름의 아름다움이 묻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금은 나비와 비슷하다. 나는 연주를 듣는 분들에게 꽃밭에 나비가 나는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싶다."


- 음반은 각각 트랙의 발성과 음색을 모두 달리하여 연주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대학생 때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때는 꼭 국악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없었고,
그저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게 좋았다. 그 때문에 나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 경험이 이런 컴필레이션 형식의 연주를 가능하게 했는지 모른다. 또 틀에 박힌
연주를 하면 해금을 듣는 이들이 외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런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 보도자료를 보면 ‘나비효과’를 애기하고 있는데 자신이 있는가?

"그저 바람이다. 음반을 통해서 나비효과가 일고, 그래서 세계인이 해금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해금엔 중국 악기 얼후와 다른 파동이 있다는 것, 즉 얼후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해금 연주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이상 ‘나비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 요즘 퓨전음악을 하는 국악 연주자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퓨전국악들이 정체성을 잃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음악을 하는 사람은 남의 것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음악에 대한 내공이 있다면 다른 예술가와 많은 교류와 합리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인 양 하는 모습은 언제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김준희는 고 이성천 선생의 가르침으로 오늘이 있다고 했다. 첫 독주회 때 작곡을 해주셨고,
그 뒤 내가 사계의 작곡을 부탁드렸을 때도 자신이 쓰고 싶었던 곡이라며 허락하셨지만 1년 뒤
박동진 선생님 영결식 때 "됐다"라고 하시곤 이후 만나지도 못한 채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그리곤 선생님의 그늘 때문에 국악하시는 분께 작곡을 부탁드릴 수가 없어 전혀 엉뚱한 서양음악
작곡가에게 부탁한 것이 사계라는 말을 고백했다.

대담에 자리를 같이했던 김준희의 매니저인 ‘다다앤브레이든’의 장민준 팀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사계는 우리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대변할 우리의 음악이라 생각한다. 선정적으로 가면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나중엔 버림받을 것이란 생각으로 준희씨가 본연의 음악을 하게 하고 싶었다.
본인의 음악이 아닌 기획사의 음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 해금으로 이런 음악도
만들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 김영조



2006-09-11 09:53 ⓒ 2006 OhmyNews

 
<b><font color="#b22222">김홍재, 그가 겨레의 음악을 지휘했다. 
<b><font color="#b22222">성악에도 된장냄새가 나야 한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누리편지 주소 가져가지 말기  |  콩고물주기  |  누리집 지도  |  전산망으로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