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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찌꺼기

'착복' 공화국?   10-11-30
이윤옥   1,826
 

'착복'공화국


1)상이군경회, 年2천억 원 수익 “일부 간부가 착복”(PD수첩)
2)점점 실체 드러나는 뜸사랑 사기극, 무료봉사 미명 200억대 교육비 착복
3)검찰 ‘인건비 착복 의혹’ 통영시 위탁청소업체 3곳 압수수색

착복이라는 예문을 찾으려고 검색창에 ‘착복’을 치니 좌르르르....‘착복’ 예가 끝이 없다. 바야흐로 ‘착복 공화국’이라고 해도 반발할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착복’이라는 말이 넘쳐나는 사회가 된 것일까?

가끔 뉴스에서 듣게 되는 이런 ‘착복’ 소식으로 인해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나 않을 까 걱정이다. 위 예문처럼 ‘뜸사랑의 교육비 착복’ 같은 기사를 예문으로 삼기는 매우 조심스럽다. 언젠가 공영방송에서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술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침 한방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건지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아무리 최첨단의 현대의학을 갖춰두고 환자를 치료한다해도 ‘치유’가 안 된다면 ‘침 한 방’을 믿고 환자를 데려가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자칫 본질을 호도하고 ‘자격’논란이나 ‘밥그릇’으로 확산되는 점이다.

‘착복’이란 한자 그대로 보면 붙을 착(着), 옷 복(服)으로 옷을 입는 다는 뜻이다. 표준국어사전에서는 “착복(着服):「1」=복착. 「2」남의 금품을 부당하게 자기 것으로 함.” 이라고 풀어 놓고 있다. ‘복착’이라는 풀이가 다소 낯설다. 새로 산 옷을 입고 나타나면 우리는 ‘착복식하라’고 농담비슷한 말을 건넨다. 문제는 (2)번의 착복이 일본말에서 온 말이라는 점이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 보면, “1.ちゃく‐ふく【着服】: 1 衣服を着ること。2 金品などをひそかに盗んで自分のものにすること。「売上金を―する」” 로 나와 있고 번역하면 ‘챠쿠후쿠’ 1. 옷을 입는 것 2. 금품 등을 몰래 훔쳐서 자기 것으로 하는 것. ‘매상금을 착복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국어사전이 일본사전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혹시 자신이 국어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이 ‘착복’이란 말은 조선시대에도 쓰이던 말로 일본말에서 온 것이 아니다 라고 할 지 몰라 그 부분을 말해두겠다.

조선왕조실록에는 ‘着服’이 모두 원문 기준 29건이 나온다. 그러나 ‘남의 물건을 스리슬쩍 내 주머니로 집어넣는다는 일본식 뜻’으로 쓰인 예는 없다. 그 한 예를 들면 ‘착복’은 ‘상복을 입다’라는 뜻으로 쓰인 예처럼 ‘상복’ 또는 ‘옷을 입다’는 뜻으로 쓰인 예가 왕조실록의 착복이다.

세종 92권, 23년(1441)에 보면, “처의 부모·처의 곤제·처의 곤제의 아들은 후자(後者)에게 외조부모나 외삼촌, 내형제(內兄弟)가 되니 다 친자(親子)의 경우처럼 이들을 위하여 복을 입는다. 妻之父母、妻之昆弟、妻之昆弟之子於爲後者, 外祖父母及舅與內兄弟, 皆如親子爲之着服也’ 여기에서 보듯이 착복이란 ‘복을 입다’ 곧 ‘상복’을 뜻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착복’을 안했느냐하면 그렇지 않다. 실록에 ‘착복’ 한 사실이 있는데 다만 착복이란 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한 번 보자.

세종 56권, 14년(1432)에 보면, ‘관물 착복·뇌물 증여죄로 김사신을 치죄하다’하다는 제목으로 “김사신(金士信)에게 장(杖) 1백 대에, 유(流) 3천 리에 자자(刺字)하였다. 사신이 일찍이 여연(閭延)의 수령으로 있을 때에 관물(官物)을 도둑질하여 착복(着服)한 것이 20여 관이고, 남에게 준 장물(臟物)이 10여 관이나 되었다. 杖金士信一百、流三千里、刺字。 蓋士信, 嘗守閭延, 盜官物入己者二十餘貫, 與人贓十餘貫 ”

위에서 보면 국역본의 착복이 원문에서는 “入己”라고 되어 있다. '훔쳐서 자기 것으로 한다' 는 뜻이다.
다시 한 예를 더 보자.

성종 257권, 22년(1491)에 보면, “이계통(李季通)이 관물(官物)을 그 형에게 주었다면, 자신이 착복하였다는 것으로써 논함은 온당치 못합니다. 단지 장물(贓物)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것으로 논함이 어떠하겠습니까? 議李季通事。 沈澮議: “季通, 將官物以與其兄, 則以入己論之未穩, 只論以與人贓何如? ”

여기서도 ‘입기(入己)’를 국역에서는 ‘착복’이라 번역해 놓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예전에 우리는 남의 금품을 슬쩍 자신이 먹어 버리는 뜻으로 쓰는 일본말 ‘챠쿠후쿠, 착복’를 쓰지 않았다. 이 말은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말이다. 그대신 조선시대에 쓰이던 ‘입기’라는 말도 좋은 말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 토박이말 ‘가로채기’ ‘훔치기’ 같은 말로 바꿔 쓰는 게 좋다.

 
예전엔 '표구'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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