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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찌꺼기

양해바란다/ 그리아시길바란다   10-11-10
이윤옥   1,854
 


양해바란다/ 그리아시길바란다



미분양으로 임대되었던 세대의 조기 할인분양으로 인하여 저희 실분양세대 모두는 너무 황당하여 울분하고 있습니다. 한 푼 한 푼 모은 돈에 대출받아 장만한 내 집이 이번 할인분양으로 수천만 원부터 수억에 이르는 재산의 가치가 날아가게 된 현실입니다. 우리 실분양세대는 할인분양을 절대 반대하며 할인분양을 하려거든 우리 기존 분양받은 세대에도 할인 폭만큼 돌려받아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일정기간 단지가 소란스럽고 순간순간 불편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입주민 여러분의 협조와 양해를 바랍니다. -다음-

최근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자 사업 주최 쪽에서는 할인이라도 해서 처분하려고 당초 분양가보다 싸게 물건을 내놓고 있는 단지가 많다. 그러다보니 제값 다주고 입주한 주민들이 속상 할 수밖에 없다. “주민 여러분의 협조와 양해를 바랍니다.” 라고 쓴 것은 입주자 쪽의 글 내용이다. 여기서 양해(諒解)는 일본말 료카이(諒解)이다. 국립국어원 순화어에는 ‘양해바랍니다’를 ‘그리아시기 바랍니다’로 고치라고 한다. ‘양해’라는 일본말이 걸리기 때문에 토박이말로 고치라고 한 것까지는 좋은데 좀 친절히 ‘ 료카이(諒解,양해)는 일본말’이라는 정보를 주었으면 좋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양해(諒解):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이해’로 되어 있으나 실제 쓰이는 ‘양해’는 ‘자기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느낌’이 짙다. 만일 이 말을 권장 순화어인 ‘그리 아시길 바란다’로 바꿔도 그런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위 예문의 아파트 주민들 글 속에서 ‘이번 사태로 일정기간 단지가 소란스럽고 순간순간 불편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입주민 여러분 그리아시길 바랍니다.’ 라고 썼다하면 몰매는 아니더라도 눈살은 찌푸러들었을 것이다.

‘료카이(諒解)’라는 말이 한국에서 쓰이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일본제국주의 한반도 침략시기 전후로 봐야할 것이다. ‘電第一○六號에 관한 諒解 要請 件’등 일제강점기 전후에 한일간 주고 받은 문서 가운데는 ‘양해 요청건’ 같은 말이 자주 나온다. 특히 이토히로부미와 주고 받은 <통감부문서>나,<중추원조사자료>,<주한일본공사관기록>등에 ‘양해’라는 말이 보이는데 강제병합 훨씬 전인 1902년 11월 5일자 <주한일본공사관기록>에는 ‘ 駐日新參書官 任命에 대한 諒解와 正任公使 常駐 및 留學生處分 再促求, 문서번호 공문 171호’란 기사 제목에도 ‘양해’가 보인다. 발송자는 일본의 하야시공사(林 公使)이고 받는 사람은 한국의 조 외무대신 (趙 外部大臣)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양해’라기 보다는 ‘협박’ 편지임을 느끼게 된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서간으로 말씀드립니다. 지난달 16일자 公文 제161호로 正任公使를 본국에 상주시키는 일 및 귀국 유학생이 본국에 체재하는 것에 대한 처분에 관한 건을 전임 서리대신 각하에게 조회 드렸던 바, 어제 날짜의 회신 제125호로 서기생(書記生) 정해용(鄭海鎔) 씨를 참서관(參書官)으로 하여 임시대리공사 임명하신 취지 및 유학생 건에 관해 “다시 마땅한 조치를 상의하겠다.”라고 말해오신 취지를 잘 알았습니다. 위의 서기생을 승진시켜 임시대리공사로 임명하신 일은 국제적 일반의 예규에 비추어 매우 유감스러운 점이 있습니다만, 어떤 절박한 사정으로 인한 부득이한 조처라 인정하고 帝國政府도 될 수 있는 대로 이에 대해 깊이 거론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이후 이 같은 상태가 영원히 계속되거나 또는 누차 이번 같은 조처가 취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인이 깊이 믿는 바입니다. 이렇게 된 바에는 되도록이면 빨리 정임공사(正任公使)의 상주를 볼 수 있도록 조처하시기를 희망하여 마지않습니다. 또 유학생의 처분에 관해서는 지난 7월 15일자 公文 제106호로 조회 드린 이래 공문 및 구두로 여러 번 독촉하여도 아직껏 결정을 보지 못한 형편인데 대해 이런 사정을 신중히 다 양지하시어 이 역시 되도록 빨리 마땅한 조치를 강구하시길 갈망합니다. 이 일을 거듭 조회 드리며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국내에서 서기생(書記生)을 승진 임명한 것을 두고 일본 쪽에서 상의없이 했다고 질책하면서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가만 안두겠다는 냄새의 편지를 보내고있다.

강제병합되기 전인데도 일일이 자기네한테 인선(人選)을 점검 받고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데 병합 후의 일이란 말해 무엇하랴! 말만 ‘양해’일뿐 속사정은 ‘협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료카이(양해)라는 말은 조선시대 때는 량(諒)으로만 쓰인 예가 많다.

정조실록 2권, 즉위년(1776)에 보면, 영부사 김치인이 차자를 올려 사직을 청하는 기사에

‘만리(萬里)에 명을 받들고 갔다가 머나먼 길에 무사히 돌아왔으니, 경의 노고를 가상하게 여기고 경의 심정에 감사하였다. 이제 사신의 일도 이미 끝나고 경의 간청이 또 지극하니 어찌 곡진히 양해(諒解)하지 않겠는가? 청한 바를 특별히 윤허하니, 경은 모름지기 이 은근한 뜻을 몸 받아 조용한 데서 조양(調養)하되 때때로 기거(起居)하여 구전(舊典)을 떨어뜨리지 말라.”

“卿以先朝舊臣, 專對之責, 在所不辭, 而今番使事, 視古尤重, 故俾卿赴燕。 萬里銜命, 行旆利旋, 嘉卿之勞, 感卿之心。 今則使事旣訖, 卿懇又至, 何可不曲乎? 所請特允, 卿須體此慇懃之意, 優閑調養, 以時起居, 毋墜舊典。”

위 예문에서 보듯이 국역본에서는 일본말 ‘양해’를 끌어들이고 있으나 원문에는 ‘량(諒)’으로만 쓰였다. 이렇게 원본의 ‘량(諒)’을 국역본에 ‘양해’라고 쓴 예문은 왕조실록에 모두 9건에 이른다.

국립국어원 순화어에서 ‘양해’를 ‘그리아시길 바란다’라고 순화하라 했는데 이보다는 ‘헤아려주시길 바란다’로 쓰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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