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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찌꺼기

오동나무장 만들어 시집보내던 겨레가 웬 "단스"타령?   10-10-06
이윤옥   2,378
 

오동나무장 만들어 시집보내던 겨레가 웬 <단스>타령?



오동나무   -고야 -

이쁜 손녀 세상 나온 날
할배는 뒤란에 오동나무 심었다

곱게 키워
시집 보내던 날

아버지는
오동나무 장 만들고
할매와 어머니는
서리서리 고운 꿈 실어
담아 보냈다

그랬다. 우리 겨레는 이쁜 딸을 낳으면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뒤란에 오동나무를 심고 물을 주셨다. 무럭무럭 딸 자라듯 오동나무를 키워 시집가는 딸에게 장롱을 만들어 주던 그런 아름다운 풍습을 가진 겨레다. 그러나 이제 오동나무는 더는 심지 않는다. 다만 집집마다 넘치는 옷을 담아두기 위해 단스를 사들이느라 난리다. 국립국어원 ‘순화어방’에 보면 ‘원어:단스,/ 순화어:장롱, 옷장/일본어투 생활 용어(순화한 용어만 쓸 것)’이라고 나와있다. 정말 국민은 순화 한 말만 쓰고 있을까?

아기옷 수납용으로 4~5단짜리 단스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어요. 출산일이 며칠 남지 않은 예비 맘이예요. 아기 옷을 빨고 보니 아기 옷장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새것으로 사 주고 싶지만, 지금 형편상은 그것도 넘 무리이고, 혹시 댁에 비교적 깨끗한 단스 하나 있으시면,, 착한 가격에 주실 분 계시려나요? 여긴 전주구요, 전주 시내 어디든, 가지러 갈 수 있어요.  -다음-

인터넷에는 중고품이라도 좋으니 태어날 아기를 위한 ‘단스’를 사고 싶다고 올린 예비엄마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옷을 담을 것인데 중고품을 사려는 마음이 예쁘다. 예비 엄마라면 20대~30대 나이가 아닐까?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할머니 세대도 아닌 신세대주부가 ‘단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딱히 ‘단스’를 대신 할 말이 없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서랍이 여러 개 달려 옷을 담아두는 물건을 ‘단스’라고 부른다. 옷을 걸어 놓거나 이불을 넣어 두는 것은 ‘장농’인데 비해 별도로 ‘단스’라 부르는 가구가 이제는 집집마다 있다.

예전에는 오동나무 장롱을 비롯하여 만든 재료에 따라 지장(紙欌), 자개장, 비단장, 화각장, 삿자리장, 주칠장(朱漆欌), 죽장(竹欌), 용목장, 화초장, 화류장, 먹감나무장 등 이름을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한 장롱이 있었고 용도에 따라 버선장, 반닫이, 머릿장, 의걸이장, 문갑, 경상, 궤안, 뒤주, 고비 등등 집안에는 온갖 가구들로 넘쳐났다. 그러다가 입식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침대가 놓이고 소파와 책상이 들어오면서 방안에 있던 전통가구들은 하나 둘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티브이다이니 단스 같은 것들이 자리를 잡았다.

일본에 ‘단스’가 등장한 것은 도쿠가와막부 4대장군 때인 도쿠가와 이에츠나(徳川家綱,1664-1673)시대에 오사카에서 생겨난 것으로 그때까지는 대나무 바구니를 만들어 옷을 보관했다. 단스가 등장하면서 대나무 바구니 때보다 옷을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게 되었으나 가격이 비싸 일반 서민들은 에도말기나 되어야 이용 할 수 있었다. ‘단스’는 처음에는 ‘担子’라는 한자를 써서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으나 에도시대에 서랍식이 등장하여 크기가 커졌고 한자도 ‘단사(簞笥)’로 바뀌었는데「簞」은 소쿠리 ‘단’자이고 「笥」는 상자 ‘사’자이다. 곧, 한자말 단사에서 단스(たんす、tansu)로 불리는 오늘날의 서랍장이 된 것이다.

일본은 지금도 가구 파는 곳을 쉽게 볼 수 없다. 오시이레(押入れ)라고 해서 붙박이장을 집집마다 설치 해놓은 관계로 별도의 가구가 필요 없기도 하거니와 집안이 좁은 관계로 변변한 가구를 들여 놓을 형편이 안 된다. 한국 같으면 가구단지라 해서 여기저기 수도권 외곽에 밀집되어있는 가구상가를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일본 최대의 가구회사라는 오오츠카가구(大塚家具)의 도쿄 아리아케(有明)가구 전시장에 갔을 때 본 일본 가구들은 다양성이나 디자인 면에서 한국의 가구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소박했다. 가구라 해도 집안에 있는 붙박이 보조용이므로 크기나 규모도 작은 것들이 많았다.

오시이레란 요즈음 한국의 아파트에 설치한 서랍장이 들어 있는 붙박이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예전 한국의 벽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이다. 이러고 보니 그 안에 양말이나 속옷 같은 것을 따로 보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본 집에 맞게 서랍장이 있는 키 낮은 가구를 만든 것이 ‘단스’이다. 우리말로는 서랍이 많이 달렸으므로 ‘서랍장’이라 하면 좋다. ‘단스’라는 말에서 서랍을 연상하기는 어렵다. 말뜻이 분명하고 알기 쉬운 우리말을 두고 구태여 일본말 ‘단스’를 고집할 까닭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가구라면 일가견이 있던 조상을 둔 우리가 겨우 ‘옷장’을 일컫는 서랍장이란 뜻인 ‘단스’라는 말을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노가다’와 법륭사 건축공사장의 대목수들 
일본말 찌꺼기를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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